[진행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4년을 마감하고, 2025년을 맞이하면서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RFA 특집 좌담: 북한이 가는 길], 오늘 진행을 맞은 노정민입니다. 이 시간에 두 분을 동시에 연결했습니다.
우선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 나와주셨고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도 나와주셨습니다. 두 분 안녕하십니까.
두 분을 통해 북한 사회가 현주소를 짚어보고, 북한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국가 통제 시스템으로 회귀 … 개인 경제 활동 적대시
[진행자]지난 시간에 이어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이시마루 대표께서는 올해 북한 주민의 실생활과 관련한 취재를 많이 하셨고, 특히 북한 시장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셨는데요. 북한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반시장 정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좀 더 자세히 북한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주신다면요?
[이시마루 지로]네. 큰 변화가 가시화한 것은 2022년부터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뭘 하려는 건가', 저도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지금 보면 '거의 모든 소비 물자는 국영 유통망을 통해야 한다'라는 아주 강한 통제를 시작했어요. 원래 시장에서 상인들이 자기 재량으로 물건을 가져와서 보관하고, 가격을 정하고, 판매를 했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불가능해졌습니다. 지금 시장에서, 일반 장마당에서 취급할 수 있는 것은 채소라든지, 고기라든지, 그런 것을 빼고는 거의 모든 물건은 시장 관리소에 신고하고 등록해야 판매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비누라든지, 치약이라든지, 의료품 등은 자기가 마음대로 구입할 수 없고 거의 다 국영상점에서 도매를 받고 판매해야 하는, 다시 말해 국가가 통제하는 시스템이 일반화됐습니다.
그리고 입쌀, 옥수수는 시장에서 매대 자체가 없어졌어요. 이제 양곡 판매소에서만 구입할 수 있고요. 무역도 국가 무역성이 총괄하고 무역 회사의 재량권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러면서 구호가 있습니다. 바로 ‘자본주의의 잔재를 없애라’라는 거예요. 그래서 개인 집에서 했던 소규모 식당도 금지됐습니다. 개인이 개인을 고용하는 것도 2명 이상은 안 되고요. 이런 식으로 개인의 경제 활동을 철저히 적대시하는 체계가 돼버렸습니다.
[진행자]리정호 대표님. 지금 이시마루 대표께서 북한 시장과 경제의 현주소를 짚어주셨는데, 김정은 정권이 왜 이렇게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리정호]이시마루 대표께서 매우 정확한 지적을 하셨는데, 김정은은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 어떤지 잘 모릅니다. 김정은으로서는 지금 국가가 사람들의 일상까지 강력히 통제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이전 김정일 시대에는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기업의 경영권도 자율적으로 가질 수 있게 하고, 시장도 어느 정도 열어줘서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과 식량도 구입해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줬는데,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일상생활까지도 통제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국영 상점과 국영 은행을 통해 거래하게 하려면 그만큼 국가가 필요한 물량을 확보해야 하고, 자금도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없고 강제적으로 주민의 것을 빼앗아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이것이 지속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의 생활은 더 고통받게 되고,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 겁니다. 지금 (북한 상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서 그렇지,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진행자]그래서 이시마루 대표께서는 이전에도 시장 통제로 현금 수입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아사자도 많이 발생했다는 보도도 하셨는데요. 지금 북한이 양곡판매소나 국영 상점을 통해 구매하라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님, 지금 양곡판매소나 국영 상점에서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요?
[이시마루 지로]네. 경제 상황을 보면 작년인 2023년 3월부터 9월 사이가 최악이었다고 봅니다. 지방 도시에서는 영양실조와 질병 때문에 취약 계층 가운데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4월부터 지방 정부가 도시의 절량세대, 그러니까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최하층의 어려운 사람들을 절량세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런 사람에게 식량 지원을 해서 올해는 사망자가 그렇지 많지 않았어요. 그런 가운데 양곡판매소에서만 식량을 구입할 수 있게 했는데, 이렇게 하면서 장사도 잘 안되고, 개인 노동도 잘 안됩니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현금 수입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개인을 시장에서 이탈시키고, 기업소에 출근하는 걸 유도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출근하면 본인에 한해 5일부터 10일분 정도의 배급을 주게 됐어요. 그리고 작년인 2023년 말에 월급을 10배 이상 올렸거든요. 그 현금을 가지고 양곡판매소에서 구입하라, 그런 식으로 먹을 걸 가지고, 저는 이걸 ‘칼로리 통치’ 정책이라고 보는데, 사람들이 장사가 안되고 현금 수입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래도 기업소에 다니면 굶어 죽지는 않는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기업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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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리정호 대표님.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나름 유도한 대로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김정은 정권이 올해 '지방 발전 20x10' 정책도 시행했습니다. 이렇게 북한 주민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지방 발전 정책이 정말 도움이 되겠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거든요. 대표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리정호]이시마루 대표의 말씀 중에 김정은 정권이 시장을 강압적으로 통제해서 그 시장에 있던 사람들이 공장으로 돌아가고 있고, 그래서 '김정은의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지 않았나'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시장에서 아무리 장사해도 수익이 나지 않고 (생활이) 어려우니까 할 수 없이 공장에 갔는데, 공장에서 본인한테 주는 5일~10일분 식량으로 어떻게 가족을 먹여 살리겠습니까. 이건 강제적인 통제 방식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지, 정권의 유인 정책에 의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요.
지금 김정은 정권의 ‘지방 발전 20x10’ 정책은 근본적으로 중앙 집권적 계획 경제 체제 아래서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시장 경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이 정책은 상징적인 선전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북한에는 1970년대 경제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지방의 산업 공장들이 잘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해요. 지방은 자체적으로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나 연료, 전력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고, 공장에서 생산한 물자도 계획에 따라 배분하기 때문에 기업은 이익을 창출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는 기업은 다음번 생산에 필요한 자금이나 원자재를 스스로 조달할 수 없고 결국, 중앙 당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 중앙 기업들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 공장이 무엇으로 생산을 정상화할 수 있겠습니까.
식품 생산에 필수적인 설탕이나 콩, 밀가루와 같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는 중앙에서 보장하지 않으면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장을 세우고 외형만 번듯하게 갖춘다고 해서 생산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2025년도 주민 살림살이에 희망 안 보여”
[진행자]이시마루 대표님. 이런 가운데 2025년을 맞이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2024년에 북한 주민이 참 어렵게 살아왔거든요. 게다가 최근 식량 가격과 환율이 많이 올라서 북한 주민이 더 힘들지 않을까란 생각도 드는데, 2025년에 북한 주민의 경제 상황, 살림살이를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이시마루 지로]희망이 잘 안 보이죠. 특히 지금 이 시점에 주목해야 할 상황이 생겼습니다. 바로 물가 급등입니다. 지난 11월 말경부터 매우 심각합니다. 저희가 일주일에 한 번씩 물가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백미가 2024년 1월에 비해 현재 한 1.65배, 휘발유는 2.15배, 그리고 미국 달러는 3.4배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건 비공식 가격이잖아요. 여기에다 양곡판매소의 식량 가격, 이건 공식 가격인데 이것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지금 난리가 나서 사람들이 '그렇지 않아도 현금 수입이 많이 줄었는데, 이걸로 어떻게 살겠냐'라고 말합니다. 또 당국에서는 사재기 방지를 위해 단속을 많이 강화하고 있는데, 저도 (원인을) 파악하기에 충분하지 않지만, 김정은 정권의 경제 운영에 큰 결함이 있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 돈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거든요. 올해 초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해서 러시아로부터 많은 걸 얻을 수 있었겠지만, 일반 주민 생활에서 앞으로,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을 저는 거의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제가 매년 연말에 이시마루 대표님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내년을 어떻게 예상하시냐'라고 물으면, 늘 '희망이 안 보인다'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올해도 마찬가지로 내년에 희망이 안 보인다고 말씀하신 점에 대해 저도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리정호 대표님, 지금 이시마루 대표의 진단과 관련해 내년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살림살이를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리정호]네. 이시마루 대표가 말씀하신 대로 북한 상황은 암울합니다. 왜냐하면 계획 경제 시스템은 국가가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야 주민에게 배급을 할 수 있고, 그들에게 일을 시킬 수 있는데, 국고는 텅텅 비었는데 주민을 계속 통제해서 짜내니까, 지금 물가가 상승하고 화폐 가치가 떨어졌다는 건 그 나라의 경제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이 앞으로 경제 체제를 변화해서 북한 주민도 정말 잘 살길 바라는데, 전혀 희망이 안 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