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이 보급품을 전달받고 있다./RFA 영상
앵커 :지난해 10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지난달부터 최전선 전투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후 사상자가 속출하며 다양한 북한군 관련 소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시작과 과정, 현황을 정리해봤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이 시작된 이후, 북한은 줄곧 러시아를 지지해왔습니다.
백악관은 2022년 11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고 있는 러시아 민간용병회사인 와그너(Wagner) 그룹에 로켓과 미사일을 판매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은 2년 뒤인 2024년 들어 구체화됐습니다.
2024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10월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고,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당시 북한이 먼저 제안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10월 초 북한군 3천명 러시아 이동
북한군 파병 소식은 지난해 10월 초 한국 국정원과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당시 국정원은 북한군 3천여명이 러시아로 이동했고 12월 쯤에 1만여명의 병력이 파견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후 파병 북한군이 러시아 연해주 인근 훈련장에서 보급품을 받는 동영상이 공개됐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0월 23일 북한군이 러시아에 주둔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같은 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관은 북한군 3천 여명이 러시아에 파견돼 훈련 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커비 보좌관]우리는 10월 초부터 중순 사이에 북한이 최소 3,000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보낸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군인들은 북한 원산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이 군인들은 현재 러시아 동부지역 훈련 기지 여러 곳으로 옮겨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이후 미 국무부는 지난 해 11월 4일 최대 1만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로 이동했고 전투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쿠르스크로 이동한 북한군은 최전선 전투에 투입되기 보다 후방에서 무인기(드론)을 운영하고 박격포를 다룰 훈련을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해 11월 21일 북한의 한 고위장성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 과정에서 부상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미 국방부는 11월 26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으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SO)이 텔레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북한군이 드론 공격을 받는 영상을 공개했다./RFA 영상
12월 초 북한군 최전선 전투 투입
후방에 있던 파병 북한군이 최전선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초. 미 국방부는 12월 10일 북한이 최전전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그 중 소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처음 밝혔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 간의 최전선 교전 소식이 연일 나왔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북한군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12월 17일 드론 공격에 북한군 50명 사망, 47명이 부상했다며 당시 드론으로 북한군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관련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에는 드론에 부착된 카메라가 드론이 장갑차, 군인들을 향해 날아가 자폭하기 직전까지의 장면을 찍은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드론은 벌판을 걸어가거나 나무 뒤에 있는 군인들을 향해 날아갔는데 군인들은 드론이 접근해오자 황급히 피하는 모습들이 포착됐습니다.
파병 북한군, 우크라 드론전쟁서 생존할 수 있을까? /RFA영상
1인칭 시점(FPV) 드론 vs 파병 북한군
북한군은 현대 전장에서 치명적인 1인칭 시점 드론(FPV 드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2월 17일 쿠르스크에서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군 제8특수작전연대 작전하사 미하일로 마카루크는 최근 전투에서 200명의 북한군이 FPV 드론의 폭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기지를 향해 무모하게 돌진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마카루크 하사] 200명 정도가 저희 기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드론이 폭격하는 곳을 오가며 FPV 드론이 있는 곳에 총을 쏘고 좀비처럼 우리 기지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우리 기지로 와서 전투를 벌였는데, 우리에게는 쉬운 표적이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습니다. 진짜 좀비 같았습니다.
마카루크 하사는 북한군의 행동을 “1950~60년대 소련 보병 전술 그대로”라고 묘사하며, 현대 원격조종 기술에 대한 무지로 인해 쉬운 표적이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군의 드론 대응 방식은 무모함을 넘어 참담한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COO)가 공개한 북한군 사상자 소지품 중 발견된 일기(아래 사진)에 따르면, 북한군은 드론에 맞서기 위해 3인 1조로 팀 전술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 한 명이 드론을 유인하며 7미터 거리를 유지하고,
- 나머지 두 명이 10~12미터 거리에서 격추를 시도하는 방식입니다.
- 유인자가 멈춰 서면 드론도 정지하는 점을 이용해 격추 기회를 노린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현대 드론 기술의 민첩성과 속도를 감안할 때 비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크라이나군에 FPV 드론을 제공해 온 토마스 밀라샤우커스 FSI Europe 대표는 FPV 드론이 현대 전장에서 얼마나 치명적인지 강조했습니다.
[밀라샤우커스 대표]드론은 시속 150킬로미터로 돌진할 수 있습니다. 100미터 거리 이내에서 드론을 마주치게 된다면 충돌까지는 약 1초도 걸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3개의 드론이 한 팀으로 공격하기도 하고, 이 드론들은 각각 다른 탄두를 탑재합니다. 드론이 병사들을 공격할 경우에는 파편탄을, 장갑 차량을 공격할 때는 관통탄을, 건물에는 열 압력탄을 사용합니다. 중량이 큰 드론은 약 5킬로그램의 폭발물을 운반할 수 있으며, 하나의 드론으로 건물 전체를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전투 이후 북한군이 드론에 대한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친 우크라이나 국제시민단체 ‘엑사일노바’(exilenova)에는 한 남성이 전장에서 겪은 드론 공격에 놀라하며 경험담을 말하는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북한 군 추정 남성] 어 드론, 드론 계속 날아와 계속. 저걸로 저걸로 저걸로 넉대 넉대 체티레(러시아어로 4) 드론.
이와 함께 북한군이 드론 공격을 피하려다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소개하는 국제 온라인 채널 ‘인폼네팜’(InformNapalm)은 지난 6일 북한군이 민가에 숨어 작전을 수행하거나 러시아 주민들을 내쫓고 은신처로 삼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확인된 북한군의 전투 방식은 현대 전쟁의 기술적 진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드론 공격 경험담을 말하고 있는 모습. /엑사일노바
북한군 사장자 3,800명…셋 중 한명 꼴
북한군 사상자도 급증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 해 12월 18일 수백 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고 10일 뒤인 12월 27일 1천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5일 북한군 가운데 3,80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당시 북한군은 러시아군과 함께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고 있지만 이런 '인해전술'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군은 보복을 우려해 투항하지 않고 자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커비 조정관]북한군은 매우 강하게 세뇌된 것으로 보이며, 무모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 포로가 될 경우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는 대신 자살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사망한 북한군 시신에서 발견된 동료 군인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모나 북한 조선노동당 가입청원서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북한군 부상자들이 러시아 병원에서 치료받는 영상들도 나왔습니다.
북한군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일부 북한군은 새해 전날 밤에 만취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은 북한군 투항을 권고하는 전단지를 드론을 이용해 살포하고 있습니다.
한글로 '오늘 항복하고 남조선에서의 내일을 맞이하라!'고 쓰여진 전단지에는 한 북한 병사가 좌우 양쪽에 태극기를 배경으로 양손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있습니다.

북한군은 유령부대 ?
러시아는 지금까지 파병 북한군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군의 존재를 은폐하기 위해 북한군 전사자의 얼굴까지 불태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쿠르스크에서 사망한 북한 군인 소지품 중에 북한군 신분을 숨기기 위한 '위조 신분증'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이보케이션 인포’(Evocation.info)는 12월 20일 사회연결망서비스 텔레그램에 러시아가 북한 군인들에게 가짜 정보가 담긴 위조 신분증을 발급했다며 관련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이 사진들은 쿠르스크에서 사망한 북한 군인의 소지품에서 나온 러시아군 신분증으로, 1997년 4월 13일에 태어난 투바 공화국 출신의 '킴 칸볼라트 알베르토비치'란 이름의 병사에 발급된 것입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군과 함께 쿠르스크 지역 탈환을 위한 공격을 감행해 현재 우크라이나군에 빼앗겼던 영토의 절반 정도를 되찾았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군 파병이 러시아 전력에 실제적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5일부터 쿠르스크 지역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상민 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